거꾸로 선 물구나무형 교회
‘살림교회’의 조직은 그 발상이 매우 혁명적(?)이고 역설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교회의 모든 일은 전교인이 함께 모이는 ‘공동의회’에서 결정한다. 교인들의 대표를 뽑아 당회를 구성하는 장로교회의 ‘대의민주주의’가 아니라 ‘직접민주주의’ 원리를 따른다. 교회의 모든 결정을 온 구성원이 함께 결정하는 방식은 그 논의 과정이 조금 번거롭고 많은 시간을 요하지만, 일단 결정된 사안을 실행하는 일은 모두가 한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이루어 가는 놀라운 응집력을 보인다. 장로교회의 ‘당회’는 실질적인 최고 의결기구이다. 직원 임명과 임직, 성례, 헌금, 예배를 주관하며 모든 기관을 지도 감독하는 등, 거의 모든 권한이 당회에 집중되어 있고 ‘공동의회’는 보통 당회에서 부의한 안건을 최종 승인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살림교회’는 그 반대다. 공동의회에서 온 교인들이 함께 교회의 제반사항을 폭넓게 논의하여 결의하고 당회는 공동의회에서 부의한 안건 즉, 보다 세부적이고 부차적인 논의를 요하는 사안들을 다룬 후 공동의회에 보고하여 의결하도록 공동의회를 돕고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매우 혁명적인 ‘물구나무 형’ 구조를 가졌다. 이게 뜻밖에도 전통적이고 권위적인 수직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의사소통장애와 단절의 문제, 그리고 한 곳으로 편중된 불평등한 구조를 일시에 해결해주는 방안이기도 하다.
교단헌법에 따르면 장로는 공동의회에서 선출하여 임직하는 항존직이지만, 살림교회 장로는 5년을 치리장로로 시무한 후, 치리(시무) 장로직에서 물러난다. 그리고 일하고 섬기는 장로, 소위 ‘사역 장로’로 오직 교인들을 격려, 위로하고 성도들의 대소사에 앞장서서 봉사하며 교회를 섬긴다. ‘살림교회’의 직분은 목회자 외에 장로와 집사의 직분만 있다. 그래서 목사 외에는 주보에 오르는 모든 공식 호칭을 ‘교우’로 통일했다. 직분 남발의 폐해를 막을 뿐 아니라 공동체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그래서일까? ‘살림교회’ 안에는 비교적 섬기려는 교인이 많고 군림하려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교회의 모든 일을 논의하는 공동의회 1기 전홍진, 박은경장로 2기 나영주 박종국 장로 3기 이상정 이정림 장로
거룩한 영적공동체
천안살림교회는 ‘거룩한 영적공동체’를 지향하며 이 세상과 다른 존재이유, 이 세상의 욕심을 초월하고 뛰어넘는 거룩한 삶의 목적을 추구한다. 지상에 있는 광야교회가 빠지기 쉬운 가장 큰 유혹은 노예로 살면서 먹었던 ‘애굽 양식’에 대한 향수이다. 출애굽은 했지만 이 세상과 구별된 거룩한 양식과 신령한 음료대신 노예로 살면서 얻어먹었던 애굽의 양식과 나일강물을 그리워한다. 한국교회의 위기는 단연 강단의 위기이다. 그곳에서 세상욕망의 양념으로 얼버무린 땅의 양식이 아니라 하늘로부터 내리는 순전한 만나, 땅에 고인 물이 아니라 반석을 뚫고 솟아나는 생수가 흘러야 한다. 이미 예수를 믿어 출애굽을 했으면 이제는 시내산에 올라 노예에서 벗어난 출애굽백성이 앞으로 살아야 할 새로운 삶의 원리를 하늘로부터 받아야 한다. 이제는 하늘백성으로 살아야 할 거룩한 삶의 새 계명이 강단에서 선포되어야 한다.
그래서 ‘살림교회’의 강단에서는 성경의 본문을 깊이 성찰하는 ‘주석 설교’가 선포된다. 최 목사가 최근에 펴낸 그의 설교집에 있는 설교들은 적어도 설교분량의 2/3 정도를 설교본문(Text) 주석에 집중하고 있었다. 성서본문에 거론된 내용을 꼼꼼하게 검토하고 적당히 넘어가는 법이 없다. 이것이 오늘 성경본문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고자 하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확신이 올 때까지 본문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나서야 우리의 ‘현실과 상황(Context)’에 비로소 천착(穿鑿)한다. 최 목사는 모세가 시내산에서 받았던 그 말씀을 받기 전에는 하산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마침내 두 손에 받은 말씀의 돌 판은 아론이 만든 우상의 표적을 향해 정확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다. ‘살림교회’에 모이는 교우들은 저 시내산 정상에서 받아온 거룩한 영적 만나, 이 세상 욕망을 초월한 신령한 생수로 심령을 채우며 기뻐한다.

창립예배설교자로 교회비전을 선포한 최형묵 목사 창립 20주년 예배와 강단에 선 최목사
‘하나님의 선교’를 지향하는 공동체
‘살림교회’의 선교는 처음부터 ‘교회의 확장’을 위한 선교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를 지향해 왔다. 하나님이 주도적으로 그의 말씀으로 통치하고 다스리는 ‘하나님의 선교’에 교회가 동참해온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는 세상은 ‘정의, 평화, 사랑’의 세상이며 ‘화해와 섬김’의 나라가 아니겠는가? 이를 위해 먼저 살림교회는 자신을 선교의 대상으로 삼았다. 예배와 모임이 곧 선교다. 교회의 모든 예배와 모임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성취되고, 유기적인 사랑의 한 몸 공동체를 이루며, ‘정의, 평화, 사랑’이 교회 공동체 안에서 실현되기를 원했다. 먼저 교회가 어두운 세상과는 구별되는 빛이 되어야(being) 세상을 변화시키는 선교(doing)를 실현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살림교회는 교회의 창립과 함께 선교를 시작했다. 예배가 선교요 선교가 예배이기 때문이다. 먼저 파랑새 학교를 열어 저소득층 아동을 사랑하는 이웃으로 받아들였고, 밑반찬 배달을 통해 독거노인들을 품에 안았다. 장애인공동체인 ‘아름다운 집’을 형제로 맞아들였다. 아울러 이 땅에 있는 모든 생명들을 이웃으로 품에 안고 모든 생명들의 터전이 되는 자연과 생태계를 돌보고 지키며 살려내는 일을 시작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살림교회를 ‘녹색교회’로 지정한 것은 살림교회가 열어가는 하나님의 선교를 인정해주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살림교회는 온 우주와 한 식구가 되어 생명, 정의, 평화의 하나님 나라를 함께 이루어 가는 하나님의 선교의 대열에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